11부 사량도의 보름달빛
11부
사량도의 보름달빛
등대지기 현석이 무속인이 되어 떠난 동숙을 찾기 위해 통영군 사량도를 찾은 것은
부산 가덕도등대(항로 표지 관리소) 순환근무를 마치고 난 후 해가 바뀌어 계절은 초봄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 이었다
사량도는 현석의 생모의 친정이며 그의 외가가 있는 곳이다 지금은 칠순의 외삼촌이 홀로 살고 있다.
사량도에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서 전국에서 무속인들이 몰려온다 큰 용왕굿 ( 풍어제 )이 열리곳인데
1980년대말 사량도가 무속인들의 새로운 집결지가 된 것은 내륙에서의 산업화와 현대화에 밀려
도서 지방으로 무속인의 집결지가 이동해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사량도는 충무항 (현제 통영항)에서 뱃길로 한시간여 거리이며 경남 고성군 해안 마을과 삼천포 그리고
남해도 에서 작은 통통배로도 접근이 쉬운 곳이기도 한데
통영항을 기점으로 사량도와 매물도 욕지도가 통영시를 주위로 하 는 섬마을 생활권이다.
사량도에는 뱀이 많고 섬의 형태가 뱀처럼 구불구불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상도와 하도 그리고 수우도 등 3개의 섬으로 분리 되어 있다 .
거제도와 더불어 토종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군락지가 대단위로 형성되어있고 아름다운 바위산으로도 유명하다.
당시엔 면사무소가 있는 상도에만 내항에 큰배가 접안할수 있는 부두시설과 꽤 큰 마을이 형성 되어 있었는데
옥녀봉, 지리봉등 아름다운 산봉오리들이 있어 경치가 뛰어난 유명산으로 알려져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등산객들도 자주 찾아오고 해변에 비취호텔까지 들어서 있다.
현석의 외가 있는곳은 상도 이지만 큰마을이 있는 내항 에서 옥녀봉과 지리봉 산고개를 넘어 반대편
작은 항포구인 돈지리에 위치 하고있다 이곳은 외항으로서
원해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와 세찬 바람을 바로 받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배가 접안 할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뭍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20여리 산을 넘어 내항으로 나가야만 하는곳이다.
현석이 두어살 무렵 현석의 생모는 거제도 서이말 등대 숙소에서 현석의 동생을 낳다가 숨졌는데
3대에 걸친 등대지기 집안이라 당시의 현석의 조부는 통영 갈매기섬 홍도등대에 근무중이 였고
그후 현석의 부친도 매물도 등대로 순환 근무차 떠나는 바람에
어린 현석을 돌봐줄 사람이 없자 현석이 사량도에 있는 외가 외조모 에게 잠시 맏겨져
이곳 사량도에서 1년여 어린시절을 보낸적이 있다.
그후 그이 부친이 재혼을 하고 현석의 조부가 홍도등대 순환근무를 마치고 거제도 서이말 등대로 돌아오자
현석은 다시 서이말로 돌아와 등대옆 돌담집에서 등대일을 도와주며 바닷일과 등대산에서 약초를 캐서 팔아
생활을 하던 돌쇠영감 내외의 수양딸인 동숙과 함께 어린시절을 보내게 되었다.
충무 항포구(현 통영 여객 터미널 )에서 사량도로 들어가는 뱃길은 아침저녘 하루에 두번 뿐이였다 .
현석이 휴가를 얻어 사량도 배를 탄것은 동숙이 정월 대보름에 사랑도에 열리는 용왕굿(풍어제)에
무속인 은숙과 함께 들어 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부산시 산비탈 달동네 에서 무속인 은숙과 함께 살고있을때
현석이 은숙의 집에 찾아 왔을때도 현석을 만나지 않고 부산을 떠나 거쳐를 옮겨 버렸다.
현석이 지금은 가덕도등대가 부산지방 항만청 관할( 태종대등대 , 오륙도 등대, 가덕도 등대) 이지만
당시에는 마산 지방 항만청 관할로서 서이말 등대 ,매물도 등대, 통영 홍도등대 등 네곳 등대를 거치며 순환근무를 하였다.
현석이 부산 가덕도 등대에 근무를 할때 무속인 은숙의 집에 다시 찾아 갔지만
동숙이 홍배의 괴롭힘과 현석에 대한 죄책감에 못이겨 부산을 떠나 버렸다고 한다.
홍배에게 당한 두려움과 그녀를 키워준 양부모 곁을 말없이 떠나오고 양아버지 돌쇠영감의
사망소식과 기력이 다한 양어머니 돌쇠할멈 소식과 현석과 어린시절을 등대에서 보내던 추억등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잠시나마 나쁜 소문을 일으키며 방황했던일 등이 동숙이 여자로서 감당할수가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쳐
무속인의 길로 쉽게 가벼렸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나폴리항이라고 불려지는 충무항( 지금의 통영항)을 떠나 사량도를 향하고 있는 작은 여객선 갑판 위에서
현석의 생각은 만감이 교차를 하고 있었다.
오후가 들어서도 걷치지 않는 해무(바다 안개)때문에 연신 울려대는 슬픈 무적소리가 그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배멀미에 지친 사람들로 인해 냄새나는 여객선 선실안을 벗아나온 한 노파가 수건을 동여메고
숙달된 뱃걸음으로 현석앞에 나타 나타 났다.
''젊은양반은 사량도에 어쩐일로 가시는가?.''
노파가 물었다
''외가 댁에 갑니다. ''
현석이 그렇게 대답을 하자
내항에 가는지 외항에 가는지를 물었다 순간 현석은 이노파가 사량도 현지에 살고있는 주민임을 알아 채고는
몇년전에 세상을 떠난 양지뜸(돈지리) 마동댁을 아느냐고 물어보자
''아이구 마동댁 외손주 구먼 .''
생전에 그의 조모가 어린시절 엄마를 잃은 외손주 예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글공부 한번 못시키고 삶을 위해 섬을 떠난 현석의 생모 이야기를 듣고 그의 마음을 더무겁게 했다.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뱃길을 따라오던 갈매기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오늘 현석의 귓가에는 더욱 처량하게 들렸다. .....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