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2021. 5. 2. 11:05청솔의 수묵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그리고 그 시기는 역사적으로 어느 무렵이었을까?
호랑이가 담배를 필 리 없으니
단지 먼 옛날을 표현한 말일 뿐이라고 단정하고 물러나기엔 
그 말의 여운이 너무 오래 남는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이란 말 속에는
좋았던 옛날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담겨있다

담배가 처음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1618년 광해군 때 일본으로부터였다고한다 .
처음에 도입된 담배의 이름은 남령초나 담바고라고 불렀다. 
남령초는 남쪽 국가에서 들어온 신령스런 풀이라는 뜻이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 

-가래가 목에 걸려 떨어지지 않을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가 불편할 때
한겨울에 찬 기운을 막는데 담배를 피우면 좋다.-

담배를 약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담배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신분이나 나이를 가리지 않고 피울 수 있었다. 
지금처럼 윗 어른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격식과 예절도 물론 없었다.
심지어는 어린  아이들조차 담배를 배우기 시작하여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고했을 정도로 담배 피우는 인구가 늘어났다고 한다. 
그만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았고 유행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당시에는 호랑이도 담배를 핀다고 얘기해도 좋을 만큼 담배가 널리 퍼졌다.
하지만 조선의 양반들은 담배를 피우는 데도 위 아래를 정하기 시작했다.
18세기 말 유득공이 쓴경도잡지에는
 천한 자는 높은 분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다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엄하게 다스리고
 지체 높은 관리가 지나갈 때 담배를 피우면 잡아다 벌을 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일반 서민들은 담배를 피우다가 양반의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담뱃대를 감추었다고 한다.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특권을 양반반 향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담배 예절이 정해지자 양반들은 담배에 관련된 모든 것에 
한껏 치장을 하고 멋을 부리기도 했다. 
담뱃대의 길이가 자신의 권위라고 여겨 긴 장죽이 등장했고
 담뱃대에 각종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담배는 하층민들은 함부로 피울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담배가 도입된 17세기 누구나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시절이 한없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아무런 제한 없이 담배 피던 17세기에 대한 그리움을 당시의 민중들은
'호랑이도 담배피던 옛날'로 표현하면서 그리워했던 것이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옛날은 담배가 도입된 17세기 무렵이다. 
그러나 18세기로 접어들게 되면서 담배를 약초 정도로 귀하게 여기던 양반들은 
자신들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특권을 향유하게 되었다.
호랑이가 담배피던 옛날이란 말 속에는
이렇게 신분제의 굴레 속에서 생활하던 민중들의 향수와 그리움이 짙게 담겨 있는 것이다.

www.youtube.com/watch?v=WlvusIl8i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