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7. 06:59ㆍ자전적 소설[여우고개의 추억]
경기도 파주에서 1825일 기록 중
1985년에 쓴 일기장에서 [게시글 저작권 있음]
아무도 갈수 없는 섬 초평도를 아시나요
오래전 갈잎이 노랗게 물드는 어느 날
나는 초평도를 바라보고
페인트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싸구려 외부용 하얀 수성페인트와
까만 색소와 파란 색소를 배합을 하면
훌륭한 물감이 된다.
풀잎으로 붓을 만들어
차가운 콘크리벽에 대고 벽화를 그렸다
이른바 사경도 그림이었다.
그 옆에 세워진 경계석 돌에는 하얀 물감을 바르고
남은 둥근 돌 하나에는 첫사랑의 여인을 그렸다.
수십 년 동안 힘들고 외로울 때
추억과 기억 속에 함께 있었던
첫사랑 그 여인을 만났었다
찌그러진 가슴에는 건포도 두 알만 붙어 있었고
펑퍼짐한 둔부에 기미낀 까만얼굴
춘궁기에 신랑한테 피죽 한 그릇도 못얻어먹었는지
험한 세상 혼자다 뒤집어쓴듯한 시름잡힌 얼굴로 나타나
나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한순간에 날려 보냈다.
30년 만에 다시 찾아간 임진강
그때 그 마을 장산리 가는 길
구멍가게 할머니도 강변 옆 오두막집 황노인도
저승으로 떠나고 없었다.
비포장길 군용트럭이 지나가면 하얀 먼지 뒤집어 쓰던
추억 속에 있던 그 황톳길은 다시는 걸을수가 없었다.
첫사랑의 얼굴도 임진강변의 추억도
이제는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모두 사라지고 없다.
차라리 가보지 않았으면 아름다운 추억이나 오래도록 간직한 채
내가 힘들 때 꿈속에서나 추억의 그 길을 걸어 볼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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